유년시절에 해소되지 못한 것은 긴 자국을 남긴다. 하나마키는 작은 TV 앞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땄다. 어린 시절에는 이 맥주 한 캔이 굉장한 어른의 전유물로 보였는데 크고 나니 별것 아닌 게 되어 버렸다. 퇴근하거든 허리를 굽혀 냉장고 속 차갑게 식혀진 맥주를 찾을 때마다 등 너머에서 '술꾼'이라는 마츠카와의 핀잔이 들리곤 했다. TV에서는 전국구 배구 ...
안녕하세요. 최근 이런저런 일이 있어 분리한 덕계들을 합치고 있습니다. 포스타입도 비공개 전환 혹은 전부 삭제할 예정이며 중독 글만 다른 계정에서 마저 업로드 이전할 것 같습니다. (https://ss-drb.postype.com/) 본래 내스급 송성을 올리던 계정이니 혹 구독하시려면 유의 부탁드립니다. +(03/09) 본래 하이큐와 메런 장르 글들은 너무...
1.A의 고백 걔네, 같이 붙어 다니잖아. 마츠카와 잇세이와 하나마키 타카히로에 대해 논하자면 그런 얘기가 먼저 나오곤 했다. 그러면 주위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A는 그런 둘의 관계에 의구심을 품었다.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 아냐?” “친구 사이에…… 너무랄 게 있나?” 그런 A의 의문을 B가 타박했다. A는 멋쩍게 제 목덜미만 매만지다가 괜스레...
10챕 스포 있습니다. 소나기는 갑작스럽게 내려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다. 그러나 그 흔적마저 금세 메말라 버리곤 해서, 시간이 지나면 순간의 기억으로 남는 게 전부였다. 이택언의 인생에는 여태껏 수많은 소나기가 있었다. 그것은 대체로 사람 관계였고, 그는 부나방처럼 모여 드는 이들에 연연하지 않기로 어린 시절 다짐했다. 사람의 말과 순간의 기억은 얼마나 부...
★★10챕 스포★★ 무너지는 몸을 끌어안는 손길이 간절하다. 남자는 제 품에 안긴 여자의 얼굴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면서 잠긴 신음성을 터뜨렸다. 시간을 다룬다는 것은 일종의 제약이 있는 능력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생사와도 연관될 수 있는 이능력이었기에 다른 능력과 달리 걸린 제약이 많았다. 첫 번째, 되돌린 시간 만큼 시전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스스로 ...
드문 실수였다. 소파에 거의 드러눕다시피 한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택언은 곧 테이블에 놓아 둔 잔과 와인병을 치워 두었다. 이 정도 와인에 취한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근래 일이 혹독했던 모양이지. 짧게 혀를 차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쥐어 흔들자, 얕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주정뱅이." "……대표니임." 늘어지는 목소리가 답지 않은 애교처럼...
“너는 언제고 그 대가를 치를 테다. 나의 형제들이 네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야.” 죽어가는 이의 저주는 무섭지 않다. 민호는 우두커니 서서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많은 이들이 제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글쎄다.” 상대의 머리에 느슨하게 총구를 겨눈다. 민호는 애매한 얼굴을 했다.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썰북 소재 중 한 가지를 차용해서 썼습니다. “마츠카와 잇세이입니다. 오늘은 햄버거 먹습니다.” 남자의 방송 시작은 매번 같았다. 이름 소개, 무엇을 먹을지 예고. 그리고 그 이후로 쭉 이어지는 얌전한 먹방. 초반에는 무서운 사람의 방송이란 소문이 퍼져 구독자 수가 적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구독자가 한 번에 크게 뻥튀기 된 적이 있었는데, 여름날에 접...
“타게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선배의 말에 남자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의 앞에 놓인 백지엔 괴상한 낙서가 한가득이다. “별 일 아닙니다. 그냥 생각을 좀…….” “그 일 때문이지?” 남자의 얼굴은 다소 어두워졌다. 선배는 알만하다는 듯이 타게루의 어깨를 툭툭 다독였다. 그 일이 벌어진지 벌써 세 달이다. 결국 자살로 매듭지어진 사건을 계속...
사랑한 것들은 나를 빠져나갔다. 하나마키는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어렸을 적 키웠던 강아지, 밥을 챙겨주었던 동네 길고양이, 유치원 시절에 고백했던 여자아이. 혹은 중학교 시절 짝사랑 했던 애. 그래서 하나마키는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사랑한다 말하거든, 너도 나를 떠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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