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뜨거든, 사위를 조심하렴. 새벽엔 더욱이 귀신이 활개를 치고 다닐 테니까 조심조심 걸으렴, 아가. 모든 물건을 다룸에 조심하고, 조심하며, 조심토록 해라. 신방을 열 일이 있거든 노크를 하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을 때야만 열 수 있단다……. 할머니가 어린 시절 읊어주셨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나마키는 헉,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숨이 막혔다....
* 노골적 단어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새벽 한 시. 켜진 스탠드가 창백한 빛을 낳았다. 마츠카와는 조용히 하나마키를 내려다본 채, 생각에 골똘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자신을 이 집에 들이고도 한 번도 제대로 경계할 줄 모르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을 틀어쥐는 순간 그는 선연한 공포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 뿐, 놓아주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
밤에, 비늘을 홀로 떼면서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함에 가득히 비늘이 쌓여갔다. 스탠드 아래에서 비늘은 오색찬란하게 빛난다. 아주 어렸을 적엔 비늘을 떼고 싶지 않다고 어머니를 붙들고 울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피부가 뜯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다리를 뒤덮는 비늘을 떼어내야만 비로소 그 아래 감춰진 온전한 인간의 다리가 드러난다. 어머니는 이것이 ...
나는 몇 번이고, 이 녹음이 계속되리라고 생각했다. 여름은 정말로 싯퍼래서 가끔은 그 모습이 바다를 닮았다. 하늘을 우두커니 올려다보고 있자면 나는 하늘과 땅이 바뀐 게 아닌지, 고민할 때가 잦았다.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행동을 다른 선배들은 실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만은 달랐다. “하늘을 좋아하나, 시라부.” “……예.” 확신할 수...
1. 늑대수인 마츠카와, 일반인 하나마키. 마츠카와는 늑대 수인으로 오랜 삶을 사는 영물이다. 그는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 말을 할 줄 안다. 또한 영물이기에 귀신을 보고 쫓을 수 있었다. 그가 기거하는 산은 영산이라 하여 마을에서 매년 제사를 올릴 것. 마을에서는 늑대 신 취급을 받음. 때문에 마츠카와의 허락 없이 누군가 산에 출입하면 살해...
알아? / 네가 있어서 / 세상에 태어난 게 / 덜 외롭다 / <일요일의 노래, 황인숙> 절벽 위에 오르면 그 아래 마을의 풍경이 모두 보였기에, 마츠카와는 종종 그 곳을 찾곤 했다. 좋아하는 위치였다. 색색의 지붕이 알록달록했고 해가 질 때면 그 색이 옅게 바랜다. 아이들이 대로를 뛰어다니면서 웃는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그에게는 또렷히 들렸다....
무선제본 | B6 | 40쪽 | 컬러 축전 1페이지, 흑백 축전 3페이지 | 7,000원 그 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일기예보에서 예고한 강수량은 150mm였으나 비는 그것을 한참 뛰어넘듯 줄기차게 내렸다. 우산이 무거울 정도였다. 바짓단이 젖어들었다. 골목길에는 차조차 지나가지 않았고 골목길 어귀에 놓인 가로등은 불이 나간 지 오래다. 어두컴컴한 ...
살갗을 매만지는 손길이 뜨거웠다. 머리가 타버릴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혀를 깨물 것만 같아서 이를 악물었다. 제 아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는 부벼오는 저 체온이 낯설다. 오늘따라 그의 체온은 너무 찼고, 자신의 체온은 너무 뜨거웠다. “하나.” 그의 호칭은 제멋대로다. 하나라고도 불렀다가, 히로라고도 부른다. 이름을 정자로 부를 때도 있었고 혹은 다른 ...
하드커버 표지 하기 어려워줍니다. 여백 계산 힘들어줍니다. * 책등은 300페이지로 잡은 책등이라 본인 책등 너비에 따라 조절해서 쓰세요. 포토샵에서 Ctrl+R 누르면 캔버스 사방에 줄자가 튀어나옵니다. 옮기기 버튼을 클릭해서 (십자 화살표 모양 버튼) 줄자에 마우스를 클릭한 채로 캔버스에 끌어당기면 가늠선이 나옵니다. 설정된 가늠선은 역시 옮기기 버튼을...
마츠카와 잇세이는 꼬박 십오일을 더 살았다. 그는 십오일동안 무던히 매달렸으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매일같이 상대방에게 말을 걸고, 매일같이 인사를 하며 매일같이 함께 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크게 없었다. 상대방은 매일 새롭게 인사했고 그는 상대방에게 낯선 타인이였을 뿐이다. 한번도 상대방의 원 안에 들어선 적이 없다. 그 날도 아주 평범한 하루...
나 그대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에게 남겨진 모든 시간을 내 심장이 멎은 뒤에도 두근대며 흘러갈 심장을/정희성, 선물 태어나서 삶을 이어나간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는 것을 연소한단 의미다. 그 삶이 한 번도 아쉬운 적 없었으나 그건 단지 내가 어리기 때문이라 생각해왔다. 아직 진학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일 고등학생이였고, 그저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는 것...
당신은 내 기반을 흔들려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꼭 그렇게 싫어했었다. 하지만 당신은 번번히 내 벽을 허물려 들었고 나는 허물어져가는 내 성을 보며 다시 탑을 쌓아간다. 오래된 벽돌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다. 나는 이토록 견고한 성을 쌓아왔는데 당신은 어찌 그리도 쉽게 나를 허무는가. 내가 하는 말들은 전부 부질없는 변명이 되고 구차해진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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